중국 항주에 가면 두가지 요리는 꼭 먹어보라고 합니다. 아니 패키지 여행으로 상하이와 항주에 가면 가이드는 꼭 이 두가지 요리는 무조건 먹입니다. 하나는 소동파가 바둑에 열중하다가 실수로 태워먹어서 나왔다는 동파육(東坡肉)이고 또 하나는 여기에 소개할 거지닭(叫花鷄)입니다.
이름에 따라서 부귀닭(富貴鷄), 진흙닭(黃泥煨鷄)으로도 불리는 거지닭은 닭고기의 내장을 빼고 각종 향신료로 양념을 한 후에 야채와 버섯으로 속을 채운 후 연 잎으로 닭을 여러겹으로 쌉니다. 이 위에 다시 진흙을 두껍게 바르고 몇 시간 동안 구운 후 닭이 익으면 망치로 진흙을 깨고 그 안에 있는 닭을 먹는 요리입니다. 최근에 상하이에 가서 먹어본 바로는 오리 진흙 구이와 비슷한 맛이었습니다만 향신료가 상당히 강합니다. 때문에 순수 고기를 좋아하는 저는 상당히 먹기 힘든 음식이더군요. 아무튼 동파육처럼 거지닭도 요리의 발생에 대해 몇 가지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한 거지가 배가 고픈 나머지 닭 한 마리를 훔쳤는데 가마가 없어서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펴 구워먹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지는 닭을 연꽃 잎으로 싸서 불 위에 올려놓고 닭고기를 구웠습니다. 오랜만에 닭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연꽃 잎을 벗기고 먹으려는데 그는 어디선가 인기척을 느꼈고 훔친 닭인지라 어쩔줄 모르던 거지는 그냥 닭을 옆의 흙더미 속에 파묻어 버렸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거지가 닭을 흙더미 속에서 꺼내고 연꽃 잎을 벗기는 순간 거지는 잘 구워져서 윤기가 흐르는 닭고기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래서리 닭고기 한 점을 찢어 입에 넣으니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여 맛 또한 일품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요리법이 소문이 민간에서 나게 되었는데 걸인이 만들어 낸 것이라 해서 일반 백성들이나 먹는 민간요리로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7,80년 전에 쟝쑤성 창수의 한 고급음식점에서 이것을 ‘진흙닭’이라 이름을 고쳐 연회석에 올리면서부터 고급연회에도 오르고 해외에까지 소문나서 특히나 한국인들 패키지 여행 단골 코스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일화는 건륭제와 관련된 이야기 입니다. 건륭제가 평복을 입고 강남을 유람하던 중 황야에서 길을 잃고 man vs wild를 찍고 있을 때 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춥고 배고프고 개고생하던 그 황제의 모습을 옆에 있던 거지가 보고 있던 중 (당연히 황제인줄 모르고) 이를 동정하여서 자기가 먹고 있던 거지닭을 건륭제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막 배고프던 차에 먹은 닭이 마음에 들었던던 건륭제는 거지에게 요리의 이름을 물었고 거지는 차마 거지닭이라고 말해주지는 못해서 이를 부귀닭이라고 말해줍니다. 아무튼 건륭제는 이 '부귀닭'의 이름과 맛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때부터 거지닭은 부귀닭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마치 이승만과 참치 이야기)
이외에도 민간에 구술로 전해지면서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버전이던지 꼭 거지와 관계 되어 있는 점은 일치한다고 하는 군요. 개인적으로 강한 향신료 냄새를 싫어하시거나 구워드시는 걸 싫어하시지 않으신다면 한번쯤 드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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