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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서고

강남의 탄생-작금 서울의 중심

by 바스통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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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작가한종수, 강희용출판미지북스발매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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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강남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한국 현대사를 안다는 것과 같다!”1960년대 서울은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포화 상태였다. 휴전선에서 불과 4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강북에 지나치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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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본다면 도시란 참 기묘한 공간이다. 사실 100년 전 200년 전의 사람들에게 경성이나 한성이라는 지명을 물어본다면 그 작음에 놀라서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지 신기해 했을 것이다. 외국도 별반 다를게 없다. 시드니만 하더라도 총독 관저와 병영에서 파라마타에 있는 무장 집단을 토벌하려고 3일 밤낮을 행군해서 병력을 움직였는데 지금은 CBD에서 파라마타까지는 40분 트레인만 타면 금방 떨어진다. 아무리 같은 지명의 공간이라고 해도 도시란 기술적 인프라적 구조에 따라서 전혀 다른 공간을 형성한다는 말은 절절하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내 주변에 있는 공간적 변화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이곳 저곳 유목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용되면 대박인 것이고 말이다. (상대성 원리인가?)

 

 강남도 그런 곳이다. 사실 본인은 강남은 뭣도 모른다. 부산 토박이인지라 그냥 네온사인 많고 신기할 정도로 시끄럽고 짜증나는 취객들이 엄청 많고 정신 없는 곳일뿐이다. 그냥 시멘트 정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도 1970년대에는 아파트와 논밭이 공존하는 지금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공간이었던 적이 있었다. 소달구지와 전화도 없어서 옆동네로 쫒아가야 하는 모습은 당시의 강남의 모습이었다. 

 

 영동 개발과 순차적인 서울 도심 확장은 강남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기폭제였고 그렇게 50년동안 강남은 지금의 강남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수도권을 포함해 인구의 1/5이 살고 있고 대규모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바뀌었다. 수도 없는 부자들과 연애인들의 도시이면서 돈과 성공을 쫒는 사람들의 도시가 되었다. 이제는 모든 한국 사람들은 서울의 중심으로 강남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쟁나면 도망 잘 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우스게 소리 속의 도시가 아니라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동경하고 한번쯤 발도장 찍어보고 남에게 자랑하고 픈 그런 도시 말이다. 어찌면 한강의 기적적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도시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도시는 좋은 것으로만 세워지지 않는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8학군의 탄생과 아파트 재벌, 홀리데이 같은 부조리와 갈등 등등 강남이란 돈과 성공 뿐만이 아니라 모순과 불법의 기반 위에 세워진 도시이기도 하다는 것은 전혀 역설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내일의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서 기를 쓰고 매달리는 사람들과 오늘의 안녕을 위해 알콜과 몸을 섞으며 이성을 꾀어보려고 개처럼 달라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술과 이성과 지식의 좌판을 깔고 팔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마구 뒤섞여 만들어내는 아수라장. 그것이 오늘의 강남인지도 모른다. 하기사 그런 곳은 작금의 대한민국 지천에 널려있으니 어디 그게 강남뿐이랴. 그래서 저자는 책 말미에 "강남의 역사를 아는 것은 한국 현대사를 아는 것과 같다"고 책 말미에 적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으면서 지역사 책이지만 장,단점이 뒤섞인 느낌을 준다. 출판사가 미지북스인 만큼 가독성이나 편집은 역시 훌륭하다. 내용도 여러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어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가볍고 좋은 느낌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역사는 학자가 만들기 때문에 자료의 객관성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느낌이다. 저자의 단정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읽기는 무겁지만 그 자체로써의 사료적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객관성을 조절하는 것에 약간 실패한 느낌이다. 저자 약력에 따른 전문성인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좀 더 일반 독자들에게 가볍게 다가가려 했다면 주관적 단정보다는 그곳 강남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세월을 좀 더 파고 들어서 민중사적인 부분을 더 적어넣었다면 더 괜찮았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지역사를 쓴 책 중에서는 가장 접근성이 좋은 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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