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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서고

백정, 외면 당한 역사의 진실

by 바스통 202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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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이희근 지음

책밭 2013.03.15

 

 개인적으로 백정이라고 하면  '유목민족을 조상으로 둔 도축이나 유기업을 하는 조선시대 천민층'이라는 정도의 이해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은 가볍게 백정에 대한 민중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써 그 역활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백정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단어 중 하나에 속하고 있다. 당장 백정의 사전적 의미만 보더라도 '가축을 잡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정도로 표현하고 있고 유사어로 칼잡이나 죽일 를 사용한 단어들이 즐비한 것만 보더라도 백정이라는 직업이 고려시대에 있던 농민 계층을 뜻하는 의미 보다는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인간백정이라는 단어가 생겼을까. 그런 부정적인 의미에서인지 개인적인 정보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민 백정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들은 의외로 드문 것 같다. 끾해봐야 서울대에서 나온 [백정과 기생]정도랄까. 일반적인 역사책만 본다면 이들의 존재는 마치 공기 같이 흔적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으레 공기가 그렇듯이 백정도 결국 때로는 호랑이 사냥꾼으로 때로는 도축업자로써 또 때로는 강인한 군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사회의 한축으로써 그 주변을 따라 관통하는 고려와 조선의 시대상을 보여 주는 모습은 사뭇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흥미로운 여행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런 민중사적 시각에서 위에서 밑이 아닌 밑에서 위에 보는 사회는 또 다른 거대한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나 그 관점이 밑이라면 밑일 수록 그 사회 흐름의 크기는 매우 크고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 책에서 말하는 조선 조정의 재민화 정책이 그랬고 그에 따라서 벌을 받는 백정들의 시각이 그랬을 것이고 갓을 썼다고 길거리에서 두들겨 맞는 백정들이 그랬을 것이다. 단지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는 이유로 조정으로부터 일반 백성과 같은 백정이라는 단어를 받았지만 결국 신백정이라는 이름으로 차별 받게되고 이리저리 운명이라고 떠돌이 신세를 하는 백정도 그러했을 것이다. 왕조는 왕조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였고 백정은 단지 자신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이유에서의 충돌이었지만 과연 위에서 백성을 위한다는 것이 실제로 백성을 위하는 것인지 한번쯤 반면교사로써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여긴다면 어떻게 그들을 유도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백정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사회적 역활을 이어나갔지만 말이다. 책은 박성춘이 관민공동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에서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넘으려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만약 독자 분들이 이 책을 덮었다면 잠깐 형평사 운동에 대해 검색해보길 원한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도약한 백정이라는 계층이 어떻게 수백년의 사회적 흐름을 타파하고 당당하게 대한민국 사회의 국민으로써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그 거대한 흐름의 마무리를 보지 못한다면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해서 이렇쿵 저렇쿵 논할 정도로 실력이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애써서 지적해보자면 우선적으로 책 내용자체가 대중적으로 읽히도록 가볍다 보니 논리 비약이 약간 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문헌에 따라선 유래가 다름으로 분명 재인과 백정을 따로 표기하는데 이것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고 둘 다 당시에 백정으로 불렸지만 엄연히 주석에서 경국대전에서는 재인과 백정으로 따로 표기 되어 있는 걸 보면 이를 가볍게 언급해주는 편이 좋지 않았나 싶다. 또 자잘한 오류들 예를 들면 형조차관 같은 것은 [군사학 논고]에서 백인대장=행보관(!?) 번역보다는 양호하지만 책을 읽는데 집중을 좀 흩트리는 요소가 있다. 이런 자잘한 오류들은 조그만 신경 썼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서두에 샌즈의 백정에 대한 외모 묘사는 물론 저자가 이것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넣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무리수 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푸른 눈에 붉은 머리칼과 수염"이라는 것으로 민족적 다름을 강조하긴 했는데 소위 말하면 떡밥 회수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가볍게 머릿맡에 두고 조용할때 역사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만약 당신이 전공자라면 백정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가볍게 접근하는 느낌으로 드는게 좋다. 만약 전문적인 걸 원한다면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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