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역사란 무엇인가? 역자 서문

by 바스통 2016. 6. 6.
728x90

역사가여,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라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동서양의 공간은 물론 역사학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현대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주지하다시피 이 명저는 에드워드 H. 카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1961년 1월 부터 2월까지 진행했던 조지 매콜리 트리벨리언 강연을 활자화한 결과물이다.
 영국사의 대가이자 위대한 휘그 역사가 (자유주의 역사가들의 총칭)로 유명한 전임학장 트리벨리언을 기리는 취지로 마련된 강연을 정리한 이 책이 우리나레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66년이었다. 이른바 군부독재시절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에 제대로 만들어진 역사 이론서가 시중에 있을리가 없었다.
 따라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대학가를 중심으로대학생들과 몇몇 지식인들 사이에서 마치 복음처럼 받아들여졌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크레인 브린턴의 『서양문화사』가 문화사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 책의 원본에는 러시아사를 다룬 에드워드 H. 카의 저서들이 '친볼셰비키적 성향'이 강하므로 주의하라는 당부가 들어있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어서 1970년에 들어서자 몇몇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이 책을 부교재의 일종으로 채택하는가 싶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고등학교에서도 논술이나 역사 과목에서 심심치 않게 다루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이라는 '명사'에 어김없이 '과학'이라는 용어가 꼬리표처럼 달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은 물론이고 '생명과학', '생활과학'등의 명칭으로 말이다.
 생전에 역사의 과학성에 깊이 천착했던 카가 무덤에서 걸어나와 보았다면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역사의 과학성에 집착하는 역사이론가가 드문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카가 살았던 격동의 20세기를 지나 예측불허의 21세기를 맞은 오늘날 카의 예견과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문화사, 여성사, 젠더사의 상징, 종교사의 변화, 포스트 모더니즘의 등장과 발전 등은 아마 카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그의 역사에 대한 정의는 오늘날의 복잡다변한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가의 과제는 단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랑케의 주장에 대해 "사실을 스스로 말하는 게 아니라 역사가가 말을 걸 때만 말한다."며 해석을 강조한 그의 역사에 관한 정의는 일반 독자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역사의 진보를 끝까지 믿었던 합리주의자, 진보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 있는 이 책은 국내에서 번역서가 30종 가까이 나와 있는 질정이다. 따라서 출판사의 청을 받고 굳이 역자 까지 이 대열에 합류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적잖이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많은 번역서를 살펴보면서 놀랄 정도로 많은 양의 오류를 발견한 역자는 독자들이 더 이상 오류의 바다에서 유영하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 나의 펜이 진실을 향해 달리는 사이 에드워드 카와의 극적인 조우가 이루어졌고, 그의 진심을 온전히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쁘기 한량없다.
 우리의 수많은 독자들을 인문서에서 등을 돌리게 한 것은 오류를 범한 사람들의 책임이다. 재미있고 매혹적인 교양서라는 밥상을 누가 걷어찬단 말인가!
 
                                               2009년 8월
 
내용 출처: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지음 지교철 옮김 조달려 감수 (P.6~ P.9) 
출판사: 아름다운 날 





시작은 좋은 글로 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