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의 달이 뜨면 - 폭격과 적응
미국의 극작가 에릭 라슨의 논픽션 소설을 번역하여 출간한, 영국 본토 항공전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영국 폭격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다른 서적 <덩케르크>와는 시기적으로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한번에 읽는다면 초기 영국의 군사적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물론 꼭 굳이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전후 사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해당 서적에서도 다루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을 보고 의아하긴 했다. 사실 '폭격기의 달'이란게 영국 항공전에서 유래한 단어이긴 하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단어이기도 하거니와, 고전 전쟁 영화에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이런 '겜성(?)' 터지는 제목을 굳이 역사 논픽션 소설에 써야 했나는 아주 아주 자연스러운 의문이었다.
사실 원제도 <The Splendid and the Vile>(화려함과 사악함)라는 지극히 단순한 제목이었고, 원 제목도 처칠의 비서 중 한 명인 존 코빌이 런던 폭격을 보고 일기장에 기록한 “Never was there such a contrast of natural splendor and human vileness."에서 따온 제목였는데 말이다. 물론 폭격기의 달이라는 단어도 영국 폭격과 관련 있는 단어이고 나쁜 선택이 아니긴 하지만 굳이 원제를 미스테리 소설에 나올 법한 제목으로 바꿔야 했는지는 좀 의문이긴 하다.
아무튼 이 책은 하나의 시선은 제목 그대로 처칠과 그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책이다. 지도자로써의 리더십이 어떻게 영국을 이끌었느냐는 휴머니즘적인 서사를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괴팍하고 이미 한물 간' 퇴물 정치인이 어떻게 '영악하고 민족의 영웅인 위대한' 총통에 맞섰는지에 대한 것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우려먹을 소재임이 틀림 없다.
다른 하나의 시선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들에 대한 시선이다. 당시 사회학자들이 시행한 ‘매스 옵저베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모아진 일반인들의 일상들은 당시 시대를 어떻게 버텼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록들이다. 처음 당하는 재난에 대항해 일상을 끝까지 적응하고 이어가려고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책이 말하는 '지도자의 리더십'과는 대비되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사실 비단 이건 특별히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얼마 전까지 코로나 사태라는 전후무후한 재난을 겪은 일반인들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익숙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이걸 보면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딱히 변한 것 같지는 않다.